'R1 버튼이 가지는 의미'
이 게임은 :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는 불가능과 한계에 도전해온 역사이다. 완다와 거상의 주인공 완다 역시 그러한 인류 중에 하나이다. 완다는 모노라는 소녀를 살리기 위해 금지된 땅으로 가게 된다. 그 땅에 있는 신전에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대를 걸 수 있는 도르민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 완다는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을 각오하고 16개의 석상을 파괴하기 위해 16종류의 거상들을 파괴하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거상을 본 순간부터 한계에 도전하는 한 인간의 모험이 시작된다.
게임의 진행은 신전에서부터 출발해 거상을 찾은 다음 거상을 만나 쓰러뜨리는 과정의 반복이다. 거상의 종류는 단순히 걸어다니는 녀석부터 하늘을 나는 거상, 물 속에서 살고 있는 거상, 멧돼지같이 생긴 거상 등 여러 종류이다. 그들에게는 최소 1개의 약점이 존재한다. 그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완다가 가지고 있는 한정된 자원(검, 활, 애마 아그로, 몇 안되는 아이템)을 활용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나가며 공략해야 한다. 첫 번째 거상은 단순하게 거상을 타고 올라가면 그만이었지만 이후부터 나오는 거상들은 올라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갑옷 등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둘러보며 생각을 회전시켜 나가야 한다.
거상과의 싸움의 핵심은 약점과 급소를 찾아 공략하는 것이다. 이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없다면 게임이 재미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완다와 거상은 이 과정이 좀 힘들긴 해도 재미있는 것은 분명하다. 게임의 진행에 진척이 없을 때마다 도르민이 친절하게 힌트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게임을 풀어 나간다. 거상의 몸은 일종의 지도와 같다. 거상의 위를 기어가거나 뛰어다니며 급소를 찾아가 공격을 하게 된다. 인간의 몇 백 배나 되는 거상들(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을 향해 도전하는 완다의 모습은 위대해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그래픽과
사운드를 통해 극대화된다. 거상의 표현력은 수준급이며 거상과의 전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프레임을 포기하고 모션 블러 등을 통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코를 뛰어 넘은 눈부신 조명효과가 인상적이다. 배경음악은 위기와 절정을 명확하게 구분해주는 비장한 오케스트라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다.
완다가 거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R1버튼이 필수이다. R1버튼은 거상에 매달리기 위해서는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버튼이다. 이코를 생각해보자. 이코에서 R1버튼은 요르다의 손을 잡고 이동하기 위해 누르는 버튼이었다. 또한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요르다를 구하기 위해서는 R1버튼을 이용해야 했다. 공통적으로 이코와 완다와 거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R1버튼의 지향점은 거의 비슷하다. 만약 내가 게임 도중에 R1버튼을 놓게 된다면 희망은 사라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R1버튼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완다와 거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주는 R1버튼의 의미는 거상에 매달리기 위해 사용했던 R1버튼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게임의 마지막 부분에서 연못 앞 계단을 R1버튼을 이용해 붙잡고 있으면 굳이 게이머들에게 조작하게 만들지 않아도 되는 마지막 부분(어차피 마지막 부분은 뭔 짓을 해도 결과는 하나다.)을 조작할 수 있게 만든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게임의 엔딩은 안타까울 뿐...이토록 참신하고 비장하고 슬픈 게임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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